톱스타에서 활동 없이 사라진 남자 국민배우
원빈
올해로 데뷔 27년 차를 맞이한 배우 원빈. 하지만 놀랍게도 27년에 반 이상인 14년간 아무런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0년 영화 [아저씨]를 끝으로 그의 차기작 소식은 요원한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빈이 아직도 잘생긴 남자배우 하면 항상 1순위로 거론되는 이유는 광고 덕분입니다.
원빈은 최근까지도 다양한 광고와 화보에 출연하면서 세월이 무색한 비주얼을 자랑, 2024년에도 광고모델 순위에서 7위에 랭크되며 손흥민, 한소희, 백종원 등 요즘 핫한 연예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험을 뽐내기도 했죠.
본업은 배우이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 그 흔한 예능에서조차 모습을 볼 수 없는 원빈이 20년 가까운 작품 활동 중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광고 업계에서 높은 수요를 자랑하는 게 신기할 정도인데요. 사실 드라마와 영화계 역시 원빈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빈은 작품을 쉬는 기간에도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 역할, [부산행]의 공유, [신과 함께]의 하정우 역할 등 대히트를 기록한 각종 드라마와 영화 작품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러나 2018년에 진행된 아내 이나영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휴머니즘 같은 감정을 전달하고 싶은데 그런 시나리오를 찾다 보니 본의 아니게 늦어지고 있는 거 같다"라고 밝힌 점에서 쏟아지는 캐스팅 제안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성에 차는 시나리오를 찾지 못한 게 지금에 이른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뭐 배우로서 꼭 하고 싶은 연기만 고집하는 것도 나름의 철학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일반 대중의 눈에 원빈의 행보는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배우로서는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잠정 휴업 중이면서 광고 모델로서는 1년도 쉰 적 없을 만큼 다작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원빈과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선의의 경쟁자로 활약했던 남자 배우들이 차곡차곡 자신만의 연기 커리어를 쌓으며 어느덧 중년 배우로 거듭난 상황에서 작품 고르는 데만 14년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원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일각에서는 그의 최근 출연작인 영화 [아저씨]로 인해 차기작 선택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원빈 원톱 주연의 영화 [아저씨]는 원빈이 데뷔이래 선보인 가장 폭발력 넘치는 연기와 눈을 사로잡는 연출 등 다양한 요소들이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요. 바로 이 때문에 차기작이 잘 되면 본전, 안 되면 욕만 먹는 상황이라 차기작 선택에 더욱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차라리 [아저씨] 출연 이후 빠르게 차기작을 선택했다면 흥행 여부를 떠나 전작의 이미지나 흥행의 압박감에서 비교적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워낙 신중을 기하다 보니 부담감은 높아지고 그러는 와중에 의도치 않게 공백 기간만 길어져 오히려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라는 추측인데요.
물론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를 하는 건 전적으로 배우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미 재산도 수백억 있겠다, 남은 여생을 광고나 찍으면서 편하게 살고 싶은 배우에게 작품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 퍼붓는 건 어불성설이죠.
그러나 작품 활동은 쉰 채 사람들이 매일 같이 보는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탓에 대중의 아니꼬운 시선을 피하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무엇보다 한국 최고의 미남 배우로 손꼽힌 그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전성기 시절을 멋진 작품 하나 없이 흘려보냈다는데 가장 큰 아쉬움이 남네요.
박신양
90년대 후반 영화 [편지]와 [약속],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특유의 지적이고 댄디한 스타일로 관객과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 박신양.
그의 마지막 출연작은 2019년 방영된 KBS 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 시즌 2입니다. 비록 이 작품에서 PD와 불화설에 휩싸이고, 시청률 역시 이전 출연작들에 비해 저조한 편이긴 했지만 박신양이 조들호를 끝으로 무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품 활동을 중단한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전해진 근황에 따르면 박신양은 개인 전시회를 개최하며 배우보다는 화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최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의 근황을 직접 밝혀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는 연기에 대한 그리움은 없냐는 앵커의 질문에 "사실은 저한테는 연기든 그림이든 똑같은 표현이기 때문에 그런 게 없다"라고 답하며 배우 활동에 별다른 미련이 남아 있지 않은 듯한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이어 "연기할 때는 만들어진 남의 얘기를 캐릭터로 표현하지만 그림은 제가 대본을 쓰고 저 혼자 연기를 하는 완벽한 1인극이라 매우 자유롭다"며 현재로서는 연기보다 그림이 더 좋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죠.
실제로 박신양이 걸어온 행보를 들여다보면 본인의 말대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자신의 주관을 표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배우였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거기다 배우로서의 완벽주의 성향까지 더해져 매 작품마다 감독 및 작가들과 불화설에 휩싸인 적이 여러 번입니다.
영화 [눈부신 날에]에서는 박광수 감독과 불화, 드라마 [싸인]을 촬영할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감독이 교체됐고,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의 연인]에서는 김은숙 작가와의 불화설이 유명했죠. 마지막 작품인 [동네 변호사 조들호] 시즌 2에서도 역시 불화설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쩐의 전쟁]이 방영되던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불거져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쩐의 전쟁]이 엄청나게 인기를 끌자 시청률에 눈이 먼 방송국이 박신양에게 드라 라마의 연장 방송을 제기한 상황. 박신양은 작품 완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장 방송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제작진의 끈질긴 설득과 높은 출연료 제안에 결국 연장 방송에 합의했는데요.
하지만 제작진은 정작 모든 촬영이 끝나자마자 박신양에게 줘야 할 출연료가 아까웠는지 태도를 싹 바꿔 박신양이 촬영 도중 갑질을 일삼고 높은 출연료를 요구했다며 언론 플레이에 나섰습니다.
박신양은 이 논란으로 억울하게 욕을 먹어야 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박신양을 돈만 밝히는 배우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죠.
작품을 통해 본인의 완벽주의를 충족하는 것도 어렵고 제작진과의 협업도 수월하지 않아 다양한 고충을 겪은 박신양. 그의 말처럼 작업실에서 혼자 몰두하며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림 그리는 일이야 말로 자신의 성향에 딱 맞는 직업인 듯한데요.
거기다 박신양의 아내는 아이스크림 하겐다즈를 국내에 처음 수입한 재력가의 손녀로 재산까지 풍족하다는 점에서 그를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시 만나는 건 더욱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인기작들을 선보이며 매 작품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 배우 박신양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아쉬움 담긴 목소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배용준
원조 한류스타로 만인의 사랑을 받았던 배우 배용준은 2015년 13살 연하 걸그룹 '슈가' 출신의 박수진과 결혼하며 전 국민의 축복을 받은 바 있는데요.
하지만 자녀 출산 과정에서 불거진 병원특혜 논란에 휩싸이며 아내와 함께 비호감으로 전락했죠. 현재는 가족 모두가 하와이로 떠나 소식조차 들을 수 없는 상황.
대표로 재직 중이던 소속사 '키이스트'도 매각하고 20년 가까이 유지되던 본인의 상징적인 홈페이지 역시 하루아침에 폐쇄시키며 사실상 연예계를 은퇴한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요.
배용준은 [겨울 연가] 원툴이라는 세간의 이미지와는 달리 데뷔 초만 해도 꾸준한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영리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국 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비열한 거리]를 본 뒤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일화를 비롯해 연기 공부는 물론 연출 공부까지 꾸준히 해 왔다는 점에서 누가 봐도 스타보다는 배우에 가까운 모습으로 끊임없이 노력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작품 보는 눈까지 좋아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흥행을 기록한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설사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더라도 평단에서는 호평을 받은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한때 '키이스트'를 성공 가도에 올릴 만큼 사업적 수환이 뛰어났던 배용준은 본인 커리어 면에서도 큰 그림을 잘 그리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자신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과감하게 수정하는 좋은 판단력을 자랑했다는데요. 덕분에 자신에게 필요한 좋은 이미지는 잘 가져가고 불필요한 이미지는 탈피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배우라는 평가가 많았죠.
하지만 배우로서 큰 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좋은 판단력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대성공 이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똑똑한 배용준의 판단으로는 배우보다는 사업가로서의 미래가 훨씬 창창했던 걸까요? 배용준은 겨울연가를 통해 한류스타로 자리 잡은 뒤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뒷전에 놓고 일본 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이었는데요.
2007년 방영된 [태왕사신기] 이후로는 배우 활동은 완전히 접은 채 제작자, 사업가로서만 활동하며 오랜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죠.
이때부터 배용준은 일반 대중들에게 작품 욕심은 없고 사업 욕심만 있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뽑은 '가장 과대평가된 배우'로 뽑히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고,
선배 배우 이순재에게는 "겨울연가 하나로 끝난 사람이다. 솔직히 그 이후에 그 이상의 작품이 나온 적 없다"는 말로 저격 아닌 저격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순재가 당시 이 발언을 하면서 배용준을 이병헌, 송강호, 최민식 등과 함께 언급한 걸 보면 이순재도 배우로서 후배 배용준의 가능성과 연기력을 상당히 높게 봤던 만큼 실망감도 컸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배용준은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정우성, 이정재와 비슷한 또래로 본인이 연기 욕심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작품에 출연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열려 있는 상황에서 [겨울연가] 이후 [태왕사신기]라는 대작 사극 하나만 남긴 채 대중의 비난 속에서 초라하게 은퇴하다니, 그를 오랜 시간 응원한 팬들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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